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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성공 뒤에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있다. 경기침체와 여러가지 악재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다시 일어선다면 그 배경에도 역시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가장 경쟁력있는 분야일 뿐만 아니라 문화사로 보아도 현대 일본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수단이 그것이니까.

기무라 타쿠야 주연의 우주전함 야마토(Space Battleship Yamato, 2010) 주는 재미는 시사성이나 애니메이션의 영화적 구현에도 있지만 무엇보다 원작이 주는 서사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원작 애니메이션을 아는 사람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원작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그 이유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가진 독특한 힘 때문일 것이다.

Toonshading과 3D 기술로 만든 벡(Vexille, 2007)은, 토이스토리에서 아바타로 이어지는 미국식 애니메이션과는 분명히 다른 궤적을 보여준다. 실사를 뛰어넘는 연출과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즐거움 속에 일본인 특유의 디스토피아적 허무와 슬픔이 깔려있다. 영화의 주제속에 들어있는 그들만의 독특한 정서, 거기에 저패니메이션이라는 일본풍의 독특하고 풍부한 경험적 배경이 없었다면 기술만 가지고서 이런 작품을 만들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이야기와 기술. 이것이 문화를 만든다.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발전이 서로 되먹여 주는 상승효과. 이것이 일본 스크린 문화의 힘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보다 영화적이며, 일본의 영화는 그렇게도 만화를 닮을 수 밖에 없는 법인지도 모른다.


일본은 현재 여기까지 왔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이야기 할 때는 언제나 일본과 비교를 한다. 어떻게 하면 일본을 따라 잡을 수 있을까 하며 고민하는 모습이다. 안타깝게도 가까운 시간 안에 우리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일본의 것을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따라 잡는다든가 능가하다든가 하는 생각 자체가 번지를 잘못 찾은 발상 아닌가? 그것은 즐기고 놀아야 하는 문화를 팔아야 하는 상품이나, 이겨야 하는 스포츠로만 여기는 매우 발칙한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식의 사고방식과 정책으로는 
제 아무리 보조금을 지급하더라도 비유하건데, 갤럭시탭은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아이패드 생태계는 만들어낼 수 없다. 만들어 낸다고 해도 얼마나 자연스럽게 유지할 수 있을지가 더 큰 의문이다. 혹시라도 "바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우리만의 방식"이라고 누군가가 주장한다면 굳이 반대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겪을수 밖에 없는 치명적인 한계는 달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이야기와 기술이 문화를 만든다. 
그러나 철학이 있을 때 문화는 영향력을 갖는다.


로보트 태권브이를 실사 영화로 만든다는 소문이 들린다. 표절이나 소재의 원천성 문제는 접어두기로 하자. 우리는 지금 원본보다 더 뛰어난 사본이 원본을 밀어내는 시대를 살고 있지 않은가? 비교 상대가 트랜스포머이면 어떻고 건담이나 애반게리온이면 또 어떤가? 우리만의 세계관이 녹아들어가서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사람들이 원작에 관심을 갖고, 두고 두고 생각하며, 또 스스로 즐길거리를 만들어내는 정도면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눈을 밖으로만 돌리지 말고 안으로 향해 살펴보자. 남의 눈을 너무 의식하지 말고, 남에게 팔 물건만 만들지 말고 우리 스스로 즐기고 만들어 낼 수 있는 이야기거리에 눈을 돌려야 한다. "우리에게 10년이나 또는 100년이 지나도 계속 할 수 있는 어떤 이야기(세계관)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며 가진 것을 돌아보고 우리가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자. 남이 즐길 것을 만드는 동안 우리가 즐기는 문화를 수입한다면, 또는 남의 것을 보고 베끼는데 몰두하여 경제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우리 것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것처럼 바보같은 일도 없을테니까.

다시 말하지만,
우리만의 이야기와 기술, 그 곳에서 세계관을 발견할 때 문화는 감동을 준다.
그리고 누구보다 우리 자신이 누리고 즐길 때 비로소 오랫동안 살 수 있는 생명을 가진다.

우리의 미래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안에 있다.

참고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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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래지기